"HI!!!!!"
2024년 10월 21일, 제가 AAHA 미국 사이트에 보낸 첫 이메일 제목이었습니다. 내용은 단순했습니다. "나는 대형 동물병원을 운영하고 있으며, 객관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전문적인 진료를 하고 싶다. 어떤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가?" 지금 생각하면 조금 엉뚱하지만, 그 안에는 "한국에 있는 병원이지만 국제 인증 기준을 갖춘 진짜 병원을 만들겠다"는 분명한 의지가 있었습니다. 그리고 그 답장을 받는 순간부터 우리의 AAHA 여정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.

처음에는 걱정도 많았습니다. 하지만 직원들과 소통하면서 그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. 그들은 정말 뛰어난 분들이었고, 단지 그 능력을 보여줄 시스템과 표준이 없었을 뿐이었습니다. 그래서 "내가 빛나는 병원이 아니라, 우리 직원들이 빛나는 병원을 만들자"는 목표를 세웠고, AAHA 인증은 그 조명을 켜주는 가장 정확한 과정이라 확신했습니다.

준비 기간 동안 가장 힘들었던 것은 항목들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이었습니다. 고년차 수의사 선생님들의 차트, 테크니션들의 기록 방식 등 기존의 익숙함을 버리고 모든 것을 새로 만들어야 했으니까요. 힘들다는 이야기도 들려왔지만, "당장의 민심보다 변화가 만들어낼 병원의 미래가 더 중요하다"고 믿고 묵묵히 나아갔습니다.

그 결과, 놀랍게도 AAHA를 준비한 10개월 동안 60여 명의 직원 중 단 한 명도 퇴사를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. 이 사실이 제게는 합격 그 자체보다 더 큰 기쁨이었습니다. 힘든 과정 속에서도 병원의 비전을 믿고 함께 걸어준 직원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였습니다.

AAHA 인증은 내부의 갈등과 불편함을 감수하고, 기록 하나하나를 새로 만들고, 직원 모두가 기준에 적응하는 과정을 견뎌낼 때 얻을 수 있는 훈장입니다. 경기동물의료원은 이번 인증을 통해 우리가 어떤 철학을 가진 병원인지 증명했습니다. 우리는 단지 5%의 기준을 충족한 것이 아니라 병원의 100%를 다시 설계했습니다.

그리고 이는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. 앞으로도 이 기준을 지키고 발전시키며, 대한민국에서도 AAHA 수준의 의료가 가능하다는 하나의 사례가 되겠습니다.